천병희 역 플라톤 대화편은
읽히기도 잘 읽히고
무엇보다 양장 커버를 벗겼을 때
간지가 좔좔 흐른다는 게 장점.
바로 이렇게.
아 이쁘다. 소유자를 만족케 하는 이 고운 자태.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14년 전에 읽어봤던 책이었지만
세월이 세월인지라 하나도 기억이 안나서 새로웠ㄷ...(;;)
하늘과 땅에 있는 것들을 사색하고 신들을 믿지 않고
사론을 정론으로 만든다 어쩐다 하면서 고발한 이들을 상대로
자신을 변호하는 내용이다.
자신을 고발한 멜레토스를 관광보내지만
어쨌든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 대목
"나는 어떤 신적인 또는 초인간적인 현상을 경험했는데..
..그런 현상은 내가 어릴 때부터 시작됐으며, 일종의 소리로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타날 때마다 언제나 내가 하려던 일을 하지 말라고 말렸지,
해보라고 권유한 적은 없습니다."
이 신적인 현상이 소크라테스를 철학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말은 변론 뿐만 아니라 다른 대화편에서도 언급되는데
어떤 사람은 이를 통해 소크라테스야말로 중세적인 인간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내 생각에는...
신이 이때부터 신학을 준비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소크라테스를 통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나아가 모든 신학이 그 각주라고 얘기되었던 아우구스티누스를,
또 아리스토텔레스에 영향을 받은 아퀴나스를 준비시킨 것이 아닌가...
크리톤과 향연도 좋았지만
인상깊게 읽었던 건 파이돈이었다.
'하지만 혼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우리 혼과 그 거처가 실제로 그와 같거나
비슷하리라고 믿는 것은
적절하고도 가치 있는 모험이라고 생각하네.'
- 파이돈 114d
사유의 결과물로 나온 영혼의 불멸을 신념으로 삼고
죽음을 끝까지 두려워하지 않았던
소크라테스적 삶의 태도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생각한 대로 사는 사람이 위대해지는 건가..
올해 플라톤을 잡고 읽어보려고 한다.
이거하고 국가까지 읽었는데
어디까지 읽을 수 있을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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