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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소피스트 - 플라톤 (천병희 역)


형이상학을 읽고 있는데 드디어 현타가 왔다. 

내가 왜 이걸 읽고 있지 하는 자괴감과 지루함과...

꾸역꾸역 보고 있다가 다시 한번 써 보는 플라톤 포스팅. 


플라톤의 후기 대화편으로 꼽히는 책이다. 

정치가 편의 변역이 천병희 번역밖에 없어서 그냥 이걸로 살 수밖에 없었다. ㅎㅎ


각각 정치가와 소피스트가 무엇인지 규정짓는 것을 목표로 한 대화편이다. 

원래 대화편의 시간순서는 소피스트 -> 정치가로 이어지는데

왜 굳이 정치가를 앞쪽에 배치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소피스트 뒤쪽에 나오는 존재론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때문에 소피스트 읽고 나면 정치가가 밋밋하게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일지도...

뭐 나는 그냥 뒷쪽 소피스트부터 읽었지만.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내릴 때 그냥 단순히 질문만 던지면서

'그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라는 물음만 던지던 소크라테스와 달리

이 대화편들에서는 전체에서부터 세세하게 분류를 해가면서

정치가와 소피스트를 정의내리려 한다. 

요즘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으면서 다시 느낀건데

이때의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많이 의견을 나눈 플라톤이 아닌가 싶다. 

말년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이 

후기 대화편에서 나타난다고 하는데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떤 것에 대해 정의내릴 때

유와 종차, 무리와 차이에 의해 정의내리는 데 

그와 유사한 과정을 여기서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피스트 후반부의 존재론이 난해하다고들 하는데

천병희 번역본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가 플라톤의 문체에 익숙해진 것인지

별로 난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없다 라는 엘레아학파의 의견을 부정하는 부분인데

형이상학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거기서 나오는 밑감 없이 꼴만,

그러니까 질료 없이 형상만 존재하는 것들과 상통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고


아무튼 정치가보다는 소피스트를 재밌게 읽었던 느낌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를 계속 읽다 보니 국가나, 소피스트, 

그리고 파르메니데스 편은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