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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 소론집 -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 이후에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영혼에 관하여 부터 해서 계속 읽고 있다.

자연학 소론집은 흐름상 영혼에 관하여에서 주욱 이어진다. 

읽어보면 왜 학자들이 영혼론 이후에 이 소론집을 놓았는지 이해가 간다. 


영혼에 관하여 에서 감각과 감각기관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데

자연학 소론집의 가장 첫번째 부분이 감각과 감각대상에 대한 부분이다. 

자연스럽게 영혼에 관하여 에서 본 내용들과 이어진다. 

영혼에 관하여에서 감각기관에 대해 촛점을 맞추고 서술한다면

여기서는 감각하는 대상에 대해서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한 서술 이후에 

혼을 가진 동물들, 특히 인간의 특성, 기능들에 대한 논문을 이어가는데

기억, 잠, 꿈, 수명, 늙음, 호흡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체적으로 자연학이나 영혼에 관하여 보다 훨씬 쉽게 읽혔다. 

내가 아리스토텔레스 문체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냥 글 한편 한편이 짧아서 쉽게 읽혔나보다 싶다. 


꿈에 관한 논문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생각나서 특히 재밌었다. 

꿈은 어떻게든 자기가 감각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게

프로이트가 꿈꾸기 전날의 경험에서 가장 많은 부분이 비롯된다고 했던 말과 비슷해서

고대인과 근현대인의 꿈에 대한 생각을 비교하며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 같다. 


이제 과학적인 글들은 대충 끝났나.. 형이상학이 어떤 논조일 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적인 글을 보면

그 주장이 관찰을 기반으로 하는데 마지막에 추론과 논증으로 결론을 내서

결론들이 오늘날 알고있는 진실과 틀어지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있어 아쉽다. 

하지만 그 당시의 관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또 이분은 정치학, 윤리학, 논리학 등에도 손을 대야 했으니 

오죽 바빴겠나 생각하면 이것만 해도 대단하다 싶고. 


알쓸신잡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뭔가 과학쪽으로 털리다가 

'수사학/시학' 으로 그래도 대단한 사람이다 같은 식으로 언급이 되던데

아리스토텔레스를 읽고 있자니 그런 식으로 이 사람을 까는 건 

본인한텐 좀 억울한 일일 것도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를 과학자라고 하기보다, 자연철학자라고 하는게 더 맞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이전의 자연철학자들의 이론과 비교했을 때

그것들을 다 발라버릴 정도의 정교한 이론을 수립한 것, 

그리고 또 그 이론이 현실을 정확하진 않지만 얼추 설명은 되게끔 한 것 등은

엄청난게 아닌가 싶다. 

아닌게 아니라 티마이오스랑만 놓고 봐도

한쪽은 신화같고 한쪽은 과학같으니까. 

어떻게 한세대도 안 되어 이만한 도약이 가능했나 하는 생각을 해 보면

그 대단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형이상학 이하 윤리학 저서들도 다 읽어봐야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전반을 이해하려면 자연학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유사과학이 아니고, 

논리학 저서에서부터 이어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세계와 지적탐구가

뭔가 강물같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는 느낌.